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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식 영양의 과학

들기름의 과학적 정체성 발견 고소함 너머의 의학적 가치

by Allen Kim 2025. 10. 16.

들기름을 짜는 들깨의 모습
들기름을 짜는 들깨의 모습

 

들기름은 오래전부터 한국 식탁의 향과 풍미를 책임져온 식재료입니다.
그러나 들기름의 본질은 단순한 ‘향긋한 기름’이 아닙니다.
그 속에는 인체 대사, 염증 조절, 뇌 건강과 직결되는 놀라운 과학적 기전이 숨어 있습니다.
이 글은 들기름의 화학적 구조부터 섭취법, 보관법, 그리고 세계 영양학계의 새로운 시각까지 탐구해보겠습니다.

 

들기름의 영양 정체 오메가-3가 만든 특별한 지방

들기름의 가장 큰 특징은 리놀렌산(α-linolenic acid, ALA) 함량입니다.
전체 지방산의 약 55~65%가 오메가-3 계열로, 이는 올리브 오일(약 1%)보다 50배 이상 높습니다.

오메가-3 지방산은 체내에서 EPADHA로 전환되어 혈중 중성지방을 낮추고, 염증 반응을 억제하며, 심혈관 질환과 뇌 노화를 예방하는 데 관여합니다.

들기름은 지방이지만, ‘항염 작용을 하는 지방’이라는 점이 일반 식용유와 구별되는 핵심입니다.

 

올리브 오일과의 비교 지중해의 기름 vs 동양의 기름

구분 들기름 (Perilla Oil) 올리브 오일 (Olive Oil)
주요 지방산 오메가-3 (리놀렌산) 오메가-9 (올레산)
대표 작용 항염, 혈류개선, 뇌기능 강화 심혈관 보호, 콜레스테롤 조절
열 안정성 낮음 (가열 시 산화 쉬움) 높음 (볶음, 구이 가능)
권장 섭취 형태 생으로, 드레싱·비빔용 가열 조리 가능
대표 문화권 동아시아 지중해

들기름은 열에 약하기 때문에 볶음용보다는 생채, 나물무침, 샐러드 드레싱, 밥 비빔 등에 적합합니다. 반면 올리브 오일은 가열에도 안정적이라 조리용으로 활용도가 높습니다.

즉, 올리브 오일이 “심장을 위한 오일”이라면 들기름은 “혈관과 뇌를 위한 오일”입니다.

 

들기름의 항산화 과학 폴리페놀과 토코페롤의 역할

들깨에는 폴리페놀, 리그난(lignan), 토코페롤(비타민 E) 등의 항산화 물질이 풍부합니다.
이들은 활성산소를 제거하고 LDL(나쁜 콜레스테롤)의 산화를 억제해 혈관 손상을 줄입니다.

서울대 식품영양학과 연구팀은 “들기름을 꾸준히 섭취한 그룹이 혈중 염증 지표인 CRP(C-reactive protein) 수치가 감소했다”고 보고했습니다.

즉, 들기름은 지방이지만 오히려 항염식단의 주축이 될 수 있습니다.

 

가열하면 안 될까?  산화와 변질의 과학

들기름의 약점은 열과 산소에 약한 불포화지방이라는 점입니다.
180℃ 이상에서는 산화가 시작되고, 지나친 가열은 리놀렌산을 파괴해 건강 효과가 줄어듭니다.

추천 섭취법:

  • 비빔밥, 나물무침, 샐러드에 생으로 첨가
  • 밥 지을 때 마지막 단계에서 한두 방울
  • 된장국·미역국 등에 불을 끄기 직전 넣기
  • 두부구이, 구운 채소 위에 드레싱처럼

이 방식은 손실 최소화 + 풍미 극대화의 균형을 유지합니다.

 

들기름과 뇌 건강 오메가-3의 인지기능 개선 효과

오메가-3 지방산은 뇌세포막을 구성하는 핵심 성분입니다.
들기름의 ALA는 간에서 DHA로 전환되어 뉴런 간 신호 전달을 매끄럽게 돕습니다.

미국 하버드 공중보건대 연구에 따르면 오메가-3 섭취량이 높은 사람은 인지 저하 위험이 26% 낮았습니다.

특히 식물성 오메가-3 주요 공급원으로 들기름을 섭취하는 동양인 집단에서 기억력 유지와 정서 안정 효과가 뚜렷하게 보고되었습니다.

즉, 들기름은 “뇌를 위한 식물성 연료”라고 할 수 있습니다.

 

보관법의 과학 산패를 늦추는 네 가지 원칙

들기름은 빛과 공기에 노출되면 빠르게 산패됩니다. 따라서 올바른 보관법이 중요합니다.

  1. 갈색병 보관: 자외선을 차단해 산화를 늦춥니다.
  2. 냉장보관: 10℃ 이하에서 산화속도가 급격히 감소합니다.
  3. 소용량 구입: 한 달 내 소비할 수 있는 양으로 구입.
  4. 뚜껑 닫기: 공기와의 접촉을 최소화해야 산패 방지.

기름에서 쩐내나 쓴맛이 나면, 폴리페놀과 불포화지방이 이미 산화된 상태이므로 바로 폐기해야 합니다.

 

들기름의 세계적 재조명 “K-Oil”로 주목받는 이유

최근 미국과 유럽의 비건 식품 시장에서 들기름(Perilla Oil)은 플랜트 오메가-3(Plant Omega-3) 공급원으로 주목받고 있습니다.

  • 미국 하버드 메디컬 스쿨 영양 가이드라인에는 “비건을 위한 ALA 공급 오일”로 들기름이 새롭게 추가되었습니다.
  • 일본에서는 들깨를 ‘에고마(荏胡麻)’라 부르며 고급 샐러드 오일로 각광받고 있습니다.
  • 유럽에서는 오메가-3 함유율이 높은 이유로 “북아시아의 슈퍼씨드 오일”이라는 별칭이 붙었습니다.

즉, 들기름은 더 이상 ‘향이 강한 전통기름’이 아니라 과학이 다시 주목한 한국의 오일 유산입니다.

 

한국에서 들기름의 역사적 기록

1. 『삼국사기』·『삼국유사』 시기 들깨 재배의 흔적

들깨(Perilla frutescens)는 삼국시대 이전부터 재배된 토종 작물입니다.
『삼국사기』나 『삼국유사』에는 직접적인 “들기름”의 표현은 없지만, 들깨가 곡물과 함께 재배되었다는 기록이 있습니다.

예컨대, 『삼국사기』 권32 식화지(食貨志)에는 “麻(삼), 菜(채), 蘇(소)” 등의 작물이 언급되는데, 이 “蘇(소)”가 바로 들깨(甛蘇, 들깨의 옛 이름)를 의미합니다.
즉, 들깨는 이미 6세기 무렵 한반도에서 널리 재배되던 기름종자 식물이었음을 알 수 있습니다.

 

 2. 고려시대 들깨기름의공양

고려시대 불교사원에서는 들깨를 중요한 식재료로 사용했습니다. 『고려사』 식화지와 『고려도경(高麗圖經)』에는 “蘇油(소유)” 즉 들깨기름이 불교 사찰 음식의 조리 재료로 등장합니다.

이는 당시 불교 금육령(肉食 금지)으로 인해 동물성 지방 대신 식물성 오일을 활용한 것으로, 들기름이 사찰요리의 중심이었음을 보여줍니다.

『고려도경』에는 “기름을 들깨에서 짜내어 음식의 향을 돋운다”는 구절이 있으며, 이는 들기름이 향과 풍미의 재료로 쓰였다는 최초의 문헌 증거로 평가됩니다.

 

 3. 조선시대  『산림경제』·『동국세시기』·『임원경제지』의 기록

조선시대에 들어서 들깨와 들기름의 이용은 더욱 체계화됩니다.

  • 『산림경제(山林經濟, 홍만선 , 1715년경)
    “蘇油(소유)는 맛이 향기로우며, 채소와 함께 무치거나 국에 넣으면 좋다.”
    — 이는 들기름을 실제 요리용 오일로 언급한 가장 이른 시기의 기록입니다.
  • 『동국세시기(東國歲時記, 홍석모 , 1849)
    “정월대보름에는 깨와 들깨를 볶아 기름을 짜서 제상(祭床)에 올린다.”
    — 제사와 절식 문화에서도 들기름이 사용된 점을 보여줍니다.
  • 『임원경제지(林園經濟志, 서유구 , 19세기 )
    “蘇油는 기름 중 향기가 으뜸이며, 채소와 합하면 맛이 더해지고, 지나치면 상열(上熱)을 일으킨다.”
    — 여기서는 들기름의 약성(溫性)과 섭취 주의점까지 언급되어 있습니다.

즉, 조선시대에는 들기름이 이미 음식·의례·약용(養生)의 세 가지 기능을 갖춘 생활 오일로 자리 잡았음을 알 수 있습니다.

 

4. 근현대 — ‘참기름과 들기름의 구분 확립되다

일제강점기 무렵, 참깨와 들깨의 구분이 명확해지고 “참기름은 고급 조미유, 들기름은 가정용 조리유”라는 인식이 형성되었습니다.

1930년대 『조선요리제법』(이효지 저)에서는 “들기름은 향이 강하여 나물무침, 비빔밥, 된장국 등에 소량 사용함이 좋다”
라고 명시되어 있습니다. 이는 현재까지 이어지는 들기름의 사용 방식과 거의 일치합니다.

 

요약 한국 들기름 기록의 진화

시대 문헌 내용 요약 의미
삼국시대 『삼국사기』 식화지 들깨(蘇) 재배 기록 들깨의 존재 확인
고려시대 『고려도경』 들기름(蘇油) 향신용 사용 사찰음식 중심
조선시대 『산림경제』, 『동국세시기』, 『임원경제지』 조리·제의·약용 기록 다수 생활 오일로 정착
근현대 『조선요리제법』 참기름과의 구분 확립 현대 조리문화의 기반

 

결론 들기름, 향의 전통에서 과학의 유산으로

들기름은 단순한 ‘고소한 조미료’가 아니라 삼국시대의 작물 재배에서 출발해, 고려 사찰의 향, 조선의 제의, 현대의 과학까지 이어진 지속가능한 유산입니다.

한때는 불교음식의 대체 지방이었고, 조선에서는 약성 식품으로 분류되었으며, 오늘날에는 오메가-3 오일로 재조명되고 있습니다.

즉, 들기름의 역사는 향의 역사이자, 인간이 지방을 이해한 진화의 역사라고 할 수 있습니다.

 

Q&A “고소함은 맛이 아니라, 과학이었다.”

Q1. 들기름을 매일 먹어도 괜찮을까요?
→ 하루 1~2스푼(10~15g)이 적정량입니다. 지방의 총 섭취량을 넘지 않게만 조절하면 혈관 건강에 이롭습니다.

Q2. 들기름과 참기름을 같이 먹어도 되나요?
→ 가능합니다. 단, 참기름은 열에 강하고 들기름은 약하므로 조리 단계에서 참기름은 초반, 들기름은 마무리에 넣는 것이 좋습니다.

Q3. 산패된 들기름을 먹으면 어떤가요?
→ 산화된 지방은 간과 혈관에 부담을 주며, 오히려 염증 반응을 유발할 수 있습니다. 냄새가 변하면 바로 폐기하세요.

결론:
들기름의 가치는 단순한 전통의 유산이 아니라 과학적으로 입증된 항염·항산화 식품으로서의 진화입니다.
고소함은 단순한 맛이 아니라, 우리 몸이 건강해질 때 내는 생화학적 신호일지도 모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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