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혈액 한 방울로 암을 진단하는 시대: AI는 어디까지 왔나》
“단 한 방울의 피로 암을 조기에 진단할 수 있다면?”
이 문장은 더 이상 영화 속 이야기만은 아닙니다. 최근 인공지능(AI) 기술의 비약적인 발전과 함께, 혈액을 이용한 조기 암 진단 기술이 실현 단계에 가까워지고 있습니다.
특히 AI는 cfDNA, RNA, 단백질 등의 생체표지자를 분석해, 기존의 영상진단보다 빠르고 비침습적으로 암을 찾아냅니다.
🩺 ‘비침습적’(非侵襲的, Non-invasive) 이란?
비침습적이라는 말은
의학적으로 몸에 칼이나 바늘을 넣지 않고, 조직을 절개하지 않는 방식을 의미합니다.
🧬 cfDNA, RNA, 단백질: 혈액 속에 감춰진 단서들
cfDNA (순환 종양 DNA): 암세포가 죽을 때 혈액 속으로 방출되는 DNA 조각입니다. AI는 이 DNA의 돌연변이 패턴과 메틸화 상태 등을 분석해 암의 종류와 위치까지 예측할 수 있습니다.
🧬 DNA 메틸화(DNA Methylation)란?
DNA 메틸화는 유전 정보를 담고 있는 DNA에
‘메틸기(CH₃)’라는 화학물질이 붙는 현상을 말합니다.
쉽게 말해, DNA에 스티커를 붙여 특정 유전자의 작동을 끄거나 약하게 만드는 것입니다.
✅ 왜 중요한가요?
· 유전자 스위치 역할: 메틸화가 일어나면 그 유전자는 활동이 억제됩니다.
· 세포 정체성과 발달 조절: 어떤 유전자가 켜지고 꺼지는지에 따라 세포의 운명이 결정됩니다.
· 암과의 관련성:
암세포에서는 비정상적인 메틸화가 자주 발생합니다.
예를 들어, 암을 억제하는 유전자가 지나치게 메틸화되어 작동하지 않게 되면, 암이 자랄 수 있습니다.
🔬 AI가 어떻게 메틸화를 이용하나요?
AI는 암 환자와 정상인의 cfDNA 메틸화 패턴을 비교해
📌 “이 사람의 DNA는 암세포에서 온 것인지?”
를 판단할 수 있습니다.
특히 GRAIL의 Galleri 검사는 바로 이 메틸화 패턴을 AI가 분석해
암의 종류와 발생 위치까지 추정합니다.
RNA 서명: 암세포는 비정상적인 RNA 발현 패턴을 보입니다. AI는 이 패턴을 학습해 암을 감별합니다.
🧬 RNA 발현 패턴이란?
DNA는 유전 정보를 담고 있고,
이 정보를 필요한 단백질을 만들기 위해 ‘RNA’로 복사합니다.
이 과정을 유전자 발현(gene expression)이라고 합니다.
따라서 RNA의 양과 종류는
그 세포가 어떤 일을 하고 있는지를 보여주는 “분자 서명(signature)”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 암세포에서의 비정상적인 RNA 발현 패턴
암세포는 정상세포와는 다른 방식으로 작동합니다.
· 특정 유전자가 과도하게 켜지거나 꺼지는 현상이 나타납니다.
· 이로 인해 암세포는 무한히 증식하거나, 죽지 않거나, 혈관을 생성하는 등의 이상행동을 합니다.
➡ 이런 비정상적인 RNA의 조합과 양을 AI가 학습하면
암세포를 정상세포와 구별할 수 있게 되는 거죠.
- 단백질 마커: 일부 암은 특이 단백질을 혈액속에 방출합니다. AI는 이 다중 단백질 신호를 조합해 질병 유무를 판단합니다.
🧪 대표적인 사례: GRAIL의 Galleri 검사
미국의 생명공학기업 GRAIL은 다중 암 조기진단 기술인 Galleri 테스트를 개발해 세계적인 주목을 받고 있습니다.
- 최대 50종 이상의 암을 혈액 한 방울로 진단 가능
- AI 알고리즘은 DNA의 메틸화 패턴을 분석해 암의 조직 기원(Organ of Origin)까지 추정
- 2021년부터 미국 일부 의료기관과 고위험군 중심으로 제한적 상용화 시작
- [Lancet (2023)] 메타분석에 따르면, 특정 암에 대해 민감도 76.3%, 특이도 99.5%
민감도 76.3% | 암 환자를 암으로 얼마나 잘 잡아내는가 | 놓칠 수도 있지만 상당히 높은 조기발견율 |
특이도 99.5% | 건강한 사람을 잘 구별해내는가 | 오진이 거의 없고, 불필요한 검사 위험이 적음 |
⚖️ 비침습 검사지만 해결해야 할 한계도 있다
장점 | 제한점 및 과제 |
고통 없는 채혈만으로 가능 | 초기 암에서는 cfDNA 양이 적어 감지 어려움 |
전신 스크리닝 가능 (다중 암 탐지) | 양성일 경우, 후속 검사로 정확한 위치 파악 필요 |
반복 검사에 대한 환자 수용성↑ | 위양성·과잉진단 가능성 (Overdiagnosis) 존재 |
고위험군 선별 및 추적관찰에 유리 | 기술 비용과 의료 시스템 통합 필요 |
🔮 정기 건강검진에 포함될 가능성은?
현재 국내에서는 아직 상용화되지 않았지만, 서울대병원·삼성서울병원·연세의료원 등에서 cfDNA 기반 AI 진단 연구가 활발히 진행 중입니다. 미국, 영국, 일본은 이미 일부 고위험군 대상으로 Galleri 테스트나 유사 기술을 도입 중이며, 향후 AI 기술의 정확도와 의료정책 정비가 병행된다면, 국민건강검진 항목에 포함될 가능성도 점쳐지고 있습니다.
📝 마무리하며
AI와 혈액 기반 생체표지자의 결합은, 그 자체로도 의료 패러다임의 전환을 의미합니다. 기존의 영상검사와 조직검사로만 접근하던 암 진단을 “채혈만으로 선제적으로 감지하고 대응하는 시대”로 이끌고 있습니다.
중장년층이라면 지금부터 이런 흐름에 관심을 가지는 것이 필요합니다.
곧, 우리가 받는 검진표에 ‘AI 분석 결과’가 함께 적혀 있을지도 모르니까요.
🔗 다음 포스팅 예고:
《 AI, 암 진단의 미래 – [8편] 위내시경에 AI가 붙었을 때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