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원장님, 이가 너무 시려요.”
“또 충치 같아요. 이젠 지긋지긋하네요…”
중년이 지나면서 치과에서 이 말을 몇 번이나 반복하셨나요?
정기검진, 스케일링, 레진, 크라운, 임플란트까지… 평생 치과에 쏟아부은 비용이 수천만 원에 이르는데도 결국 인공 재료에 의지해야 하는 현실이 조금은 허무하게 느껴질 때가 있습니다.
치과 의자에 누워 천장을 멍하니 바라보다가, 한 번쯤 이런 상상을 해보신 적도 있을 겁니다.
우리 몸의 세포로 치아를 다시 ‘만들어내는’ 시대의 문을 열었다
“이가 빠져도… 상어처럼 다시 나면 얼마나 좋을까?”
이게 더 이상 공상과학 영화 속 이야기가 아닐 수 있다는 연구 결과가 발표되었습니다.
이 연구는 전 세계 모든 논문 중 상위 0.026%에 해당하는 인용·영향력을 인정받았고, 관련 분야 저널에서 1위 논문으로 선정될 정도로 센세이셔널한 성과였습니다.
수능으로 치면 전국 1등 수험생이 언론과 유튜브에 불려 다니는 수준이라고 보시면 됩니다.
무엇보다 중요한 점은,
“금속·세라믹으로 치아를 ‘모방’하던 시대에서, 우리 몸의 세포로 치아를 다시 ‘만들어내는’ 시대의 문을 열었다”라고 평가받는 연구라는 것입니다.
물론, 이 혁신이 내일 당장 우리 입 안에서 구현되는 것은 아닙니다.
그래서 핵심 질문은 이것입니다.
“생쥐의 이빨 말고, 인간의 치아도 정말 다시 자라게 할 수 있을까?”
지금부터 이 연구가 왜 ‘임플란트 이후 시대’를 예고하는지,
그리고 “상어처럼 평생 이가 나는 인류”라는 꿈에 과학이 어디까지 다가와 있는지 차근차근 풀어보겠습니다.
선사 시대, 인간의 평균 기대수명이 약 30세 정도였던 시절에는 사실 지금처럼 치아가 오래 버틸 필요가 없었습니다.
유치 20개, 영구치 32개, 총 52개의 치아면 평생 사용하는 데 큰 문제가 없었던 거죠. 충치 때문에 고생할 만큼 오래 살지 못했으니까요.
하지만 지금은 다릅니다.
- 평균 수명 80세 시대
- 단 음식, 가공식품, 음료 섭취 증가
- 스트레스, 이갈이, 위산 역류 등 치아에 해로운 요인 증가
이 모든 것이 겹치면서, 현대인의 치과 치료는 보통 이렇게 흘러갑니다.
충치 치료 → 레진/크라운 → 신경치료 → 임플란트
문제는 이 인공 대체물들이 ‘진짜 치아’의 완벽한 대안이 아니라는 점입니다.
충전재·크라운
- 시간이 지나면 깨지거나 떨어질 수 있음
- 가장자리로 음식물이 쉽게 끼고, 2차 충치가 잘 생김
- 시리거나 씹을 때 불편감이 나타날 수 있음
임플란트
- 자연치아처럼 뼈와 ‘살아 있는 상태로’ 연결된 구조가 아님
- 주변 뼈와 잇몸이 변해도 스스로 적응·재생하지 못함
- 관리가 부족하면 염증, 뼈 손실, 임플란트 주위염 등 합병증 위험
- 문헌 상 약 5~10% 정도는 실패·거부 반응 발생 보고
반면, 상어·악어 같은 일부 동물은 우리와 다르게 살아갑니다.
- 평생 치아 줄기세포를 유지
- 이가 빠져도 계속해서 새 치아가 생성
- 상어는 평생 약 3만 개의 이를 갈아 끼운다고 알려져 있습니다.
인간은?
- 유치 한 번
- 영구치 한 번
- 딱 두 세트가 끝입니다.
그 이후에는 자연적으로 새로운 치아가 나지 않습니다.
바로 이 한계 때문에, “인간도 치아를 다시 만들어낼 수 있을까?” 하는 질문은 오랫동안 과학자들의 꿈이자 과제였습니다.
영국 런던의 연구팀은 이 거의 불가능해 보이던 꿈에 의미 있는 돌파구를 만들었습니다.
중요한 포인트는 이것입니다.
“인공 크라운·임플란트 같은 구조물을 깎아 끼운 것이 아니라, 세포가 스스로 ‘진짜 치아 구조’를 형성하도록 만들었다”는 점입니다.
2-1. 딱딱함 대신 ‘말랑함’을 선택하다 세포의 놀이터
연구팀은 먼저 이렇게 질문했습니다.
“치아가 우리 몸 안에서 처음 만들어질 때, 세포는 어떤 환경에서 자라나는가?”
결론은 의외였습니다.
- 치아는 처음부터 딱딱하게 만들어지는 것이 아니라
- ‘세포 기질(ECM)’이라고 불리는
- 말랑하고
- 수분이 많고
- 세포와 분자가 잘 움직일 수 있는 환경 속에서
점점 형태를 갖추며 만들어집니다.
기존의 임플란트나 크라운 재료는 매우 단단해서 세포가 그 위에서 움직이거나 자리 잡기 어렵습니다.
반대로 말랑한 환경에서는 세포 신호를 주고 받는 분자들이 천천히, 골고루 확산될 수 있습니다.
연구팀은 이 점에 착안해, 세포가 가장 잘 자랄 수 있는 ‘황금 비율의 겔(Gel)’을 만들어냈습니다.
- 이 겔은 세포에게 “땅”과 같은 역할
- 세포가 안착하고, 이동하고, 뭉치고, 구조를 만드는 ‘놀이터’
2-2. 배양 접시 위의 ‘치아 공장’
땅이 준비됐으니, 이제 씨앗이 필요하겠죠?
- 연구팀은 치아가 될 세포 덩어리(치아 발생과 관련된 세포)를 준비합니다.
- 이 세포들을 ‘황금 비율 겔’과 섞어 고정합니다.
- 인체 환경과 비슷한 조건
- 온도 37℃
- 이산화탄소 5% 에서 단 8일간 배양합니다.
그 결과,
- 세포와 겔만으로 “치아 구조”가 만들어지는 것이 확인되었습니다.
- 이 실험은 단순히 “세포가 잘 자라더라” 수준이 아니라,
- “우리가 치과용 치아 공장을 만들 수 있다”는 가능성을 직접 보여준 것이었습니다.
여기서 중요한 사실 하나!
이 환상적인 결과는 생쥐(mouse)의 치아 세포를 이용해 만들어낸 것입니다.
아직 인간 세포로 치아를 완전히 재생한 단계는 아닙니다.
하지만 연구진의 구성을 보면, 애초부터 인간 적용을 염두에 두고 설계된 프로젝트라는 점을 알 수 있습니다.
3-1. 줄기세포 권위자, 폴 샤프 교수의 등장
이 논문의 공저자 중에는 치아 재생 분야에서 세계적으로 유명한 폴 샤프(Paul Sharpe) 교수가 있습니다. 그는 치아 줄기세포 연구의 선두주자입니다.
줄기세포는 쉽게 말해, “아직 무엇이 될지 정해지지 않은 아기 세포”입니다.
- 환경과 신호에 따라
- 뼈, 신경, 치아, 연골 등
다양한 세포로 분화할 수 있는 잠재력을 갖습니다.
이미 연구팀은
- 치아가 생겨나는 데 필요한 환경(겔)
- 세포 간 신호 전달, 성장 조건 등
일명 ‘황금 비율 레시피’를 상당 부분 밝혀냈기 때문에,
원리적으로는 인간 줄기세포를 이용해 치아를 만들어낼 수 있는 기반이 마련되었다고 볼 수 있습니다.
3-2. 인체의 ‘자가 복구 스위치’를 켜는 약 GSK-3 억제제
이제 다음 단계는 명확합니다.
“같은 원리가 인간 세포에도 안전하고 효과적으로 통할 것인가?”
2017년에 발표된 후속 연구에서는
GSK-3 길항제(antagonist)라는 작은 분자에 주목합니다.
이 물질은 쉽게 말해, “치아 안에 잠들어 있는 자가 복구 스위치를 켜주는 역할”을 합니다.
- 이 스위치가 켜지면
- 상아질(치아 대부분을 이루는 단단한 조직)의 자연 재생이 촉진됩니다.
이후 여러 연구에서,
- 사람의 치아에서 직접 얻은 인간 치수 줄기세포(hDPSC)에
- GSK-3 억제제를 처리했을 때
- 세포의 생존, 증식, 줄기세포 특성이 안전하게 유지되면서
오히려 재생 능력을 돕는 방향으로 작용했다는 결과들이 보고되었습니다.
즉, 생쥐 단계에서 끝나는 연구가 아니라,
“실제 인간에게 적용할 수 있는 토대를 하나씩 쌓아가고 있다”는 의미 있는 진전이라 볼 수 있습니다.
그렇다면 이 기술은 나중에 치과에서 어떤 형태로 우리를 만나게 될까요?
아직은 연구 단계이지만, 과학자들은 대략 두 가지 시나리오를 그리고 있습니다.
4-1. 입 안에서 바로 키우는 방식 – ‘현장 성장형’
첫 번째 방법은,
빠진 치아 자리에 세포와 겔을 넣고, 그 자리에서 치아를 자라게 하는 방식입니다.
과정은 대략 이렇게 상상할 수 있습니다.
- 환자 본인의 줄기세포(혹은 치아 관련 세포)를 채취
- 이를 앞서 언급한 황금 비율 겔과 함께 결손 부위에 주입
- 겔은 세포가 올바른 위치에 자리 잡고, 모양을 갖추도록 돕는 ‘지지대’ 역할
- 일정 시간이 지나면 그 자리에서 새로운 치아 조직이 점점 자라남
이 방식의 장점은,
- 우리 몸의 세포를 사용하므로
- 면역 거부 반응이 적을 가능성이 높고
- 뼈·잇몸과의 자연스러운 적응을 기대할 수 있다는 점입니다.
다만, 치아가 완전히 자라기 전까지는
- 씹는 힘을 견딜 수 있도록
- 임시 크라운이나 보호 장치를 씌워야 할 가능성이 큽니다.
4-2. 실험실에서 미리 키워 심는 방식 – ‘기성 치아’
두 번째는, 실험실에서 어느 정도 자라난 치아를 미리 만들어두고,
이를 임플란트처럼 턱뼈에 심는 방식입니다.
이 방식의 장점은,
- 이미 모양과 크기가 어느 정도 잡힌 상태로 심기 때문에
- 바로 기능을 수행하기 쉽다는 점입니다.
하지만,
- 우리 몸에 미리 만들어 둔 조직을 심는 것이므로
- 면역 반응, 신경 연결, 주변 조직과의 적응 등에서
예상치 못한 변수가 생길 가능성도 존재합니다.
4-3. 관건은 ‘전달 시스템’ 약을 어디까지, 어떻게 보낼 것인가
실제 치과에서 이 기술을 활용하려면 또 하나의 난제가 있습니다.
“약물이나 줄기세포를 어떻게 원하는 부위에만,
적절한 농도로, 충분히 오래 작용하게 만들 것인가?”
이를 위해 연구팀이 주목한 것이 바로 하이드로겔(Hydrogel)입니다.
- 히알루론산 등을 기반으로 한 말랑한 젤 형태
- 우리 몸의 자연 세포 기질과 물성이 비슷
- 그 안에 GSK-3 억제제 같은 약물을 넣으면
→ 손상 부위에서 서서히 방출되며 재생을 유도
또 다른 연구 흐름으로는,
- 기존의 딱딱한 수복재 대신
- 스스로 상아질 재생을 유도하는 ‘자가 재생형’ 치과 재료 개발이 있습니다.
예를 들어,
- 유리이오노머(Glass Ionomer) 재료에 리튬을 첨가한
‘LithGlassGIC’라는 재료를 사용해 - 치수 줄기세포를 자극하고
- 실제 상아질 형성을 촉진하는 실험이 동물 모델에서 성공적으로 보고되었습니다.
정밀 분석 결과,
재생된 상아질의 성분과 구조가 기존 정상 상아질과 거의 유사하다는 점도 확인되고 있습니다.
즉, “진짜 치아와 매우 가까운 조직”을 만들어낼 수 있다는 가능성이 점점 커지고 있는 것입니다.
여기까지 오면 많은 분들이 이렇게 생각하실 수 있습니다.
“와, 그럼 곧 임플란트 대신 새 치아를 심는 시대가 오는 거네?”
하지만 상용화까지는 여전히 중요한 숙제가 남아 있습니다.
인간에게는 “다시 나는 치아”만으로는 충분하지 않기 때문입니다.
- 잘 씹혀야 하고
- 예뻐야 하며
- 기존 치열과 조화롭게 맞물려야 합니다.
만약 재생된 치아가
- 씹는 기능만 겨우 가능하고
- 모양, 위치, 색, 배열이 제각각이라면?
과학적으로는 큰 성취일 수 있지만, 실제 진료 현장에서는 “절반의 성공”에 그칠 수 있습니다.
현실적으로,
- 재생 기술이 상용화된 초기에는
- 새로 자라난 치아를 기반으로
- 보철치료(크라운·라미네이트 등)
- 교정치료(교정장치)
를 통해 모양과 치열을 다듬는 과정이 필요할 가능성이 큽니다.
즉, “세포와 겔만 넣으면 알아서 완벽한 치아가 쭉 자라는” 그림 같은 미래보다는,
“내 세포로 만든 새 치아를 키우고, 그 위에 보철·교정으로 마무리하는 하이브리드 시대”가
먼저 올 가능성이 높습니다.
정리해보면,
- 영국 런던의 연구팀은 지난 10여 년간 실험실 환경에서 치아가 자라날 수 있는
황금 조건(세포 + 겔 + 신호)을 찾아냈습니다. - 생쥐 세포로 시작된 연구는 인간 치수 줄기세포(hDPSC)와
GSK-3 억제제, 하이드로겔, 자가 재생형 재료 등으로 확장되며
점점 ‘임상 적용’에 가까운 단계로 나아가고 있습니다. - 연구팀은 앞으로 약 10년 안에 어떤 형태로든 이 기술을 실제 치과 치료에 적용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습니다.
(물론 정확한 시점은 연구·규제·안전성 평가에 따라 달라질 수 있습니다.)
우리는 지금, 금속과 세라믹으로 치아를 “흉내 내던” 시대를 지나,
내 몸의 세포로 치아를 “복원하는” 시대로 넘어가는 길목에 서 있습니다.
당장은 아니더라도, 언젠가 치과에서 “임플란트 할까요?” 대신
“선생님, 제 치아 줄기세포로 새 치아를 키워서 심을 수 있나요?” 라고 묻는 날이 올지도 모릅니다.
물론, 지금 이 순간 가장 중요한 건 미래 기술을 기다리는 것보다, 현재 내 치아를 최대한 오래 지키는 것입니다.
- 정기적인 검진과 스케일링
- 과도한 당분·야식·탄산음료 줄이기
- 잇몸 관리, 올바른 칫솔질 습관
그리고 구체적인 치료나 시술에 대해서는 반드시 치과 전문의와 상담을 통해 결정하시는 것을 추천드립니다.
하지만 동시에, 상어처럼 평생 이가 나는 인류의 미래를 상상해보는 것만으로도
충치와 임플란트에 지친 우리에게 작은 위로와 기대가 되지 않을까요?
언젠가, “임플란트 시대의 종말”이라는 문장이 뉴스 헤드라인에 등장하는 날을 기대해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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